삶의 지도
나의 삶은 잘 짜여진 각본처럼 완벽해야해!
고등학교를 입학하며 생각했던 각오입니다. 이제 막 입시에 한 발짝 내딛는 시기이기도 했고, 특히 남들은 일반고를 가지만 나는 자립형사립고라는 특별한 학교(그렇다고 엄청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많은 자사고 중 하나입니다^^)에 입학한다는 자부심(흔히 말해 뽕에 찼다고 하죠?) 취했던 상태라 누구보다 비장하고, 결의를 다지고 있는 시기였습니다.
그 당시 저는 누구나 생각할 만한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각본으로 제 인생을 설계했고, 그 중 첫 단추를 잘 뀄으니 나머지는 술술 풀릴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고, 첫 단추를 잘 꿴 것이 아닌 첫 단추'만' 잘 꿴 것이었습니다.
관문1. 대학 입시에 실패하다!
지금 와서 보면 저는 제 대학교가 실패인가? 싶습니다. 하지만 저희 모두 고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대학을 얘기할 때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가 대표적이고 나머지 대학들은 들러리였던 시절이 존재하지 않나요? 저도 그런 생각을 가진 고등학생 중 하나였으며, 그 생각에 취해 쓴맛을 보게 됩니다.
이 일은 저에게 매우 큰 일이었습니다. 저의 누구보다 완벽하다고 자부하는 각본에서는 없던 시나리오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그 각본에서 저는 서연고 중 하나를 입학해야 했고, 그래야 뒤에 있을 완벽한 각본의 시나리오가 자연스럽게 펼쳐질 수 있는데, 일단 첫번째 시나리오부터 생각지 못한 장면이 되니 그 뒤의 계획들이 붕괴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저의 인생이 크게 흔들렸다고 생각했으며 극단적으로는 망했다!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렇게 저의 대학 4년은 '망했다'라는 패배자 관점이 크게 지배하며 흘러가게 됩니다.
패배감과 무기력으로 뒤죽박죽된 대학생활
인사이드 아웃을 보셨나요?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라일리의 다양한 감정들이 나와 라일리의 행동을 설명하고 있는데, 거기서 감정들도 주감정, 부감정이 나눠져 있고 라일리의 주감정은 기쁨이와 슬픔이가 됩니다. 그런 주감정은 라일리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감정이 돼요.
저의 주감정은 시기마다 바뀌는 데 대학시절의 저의 주감정은 패배감과 무기력이었습니다. 일단 인생의 첫 관문인 대학 입시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강했고, 대학 입시에 '실패'했기 때문에 제가 이제 무슨 일을 하든 다 소용없다는 '무기력'이 지배하게 됐습니다. 패배감과 무기력이 주는 힘은 상당했습니다.
우선 패배감은 저를 온전한 나로써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어디를 가든 저는 모든 사람의 대학을 궁금해 했으며, 대학으로 사람을 판단하게 됐습니다. 저도 남을 대학으로 판단할 수 있으니 남도 저를 대학으로 당연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항상 전전긍긍했어요. 왜냐면 남들도 제가 그랬던 것처럼 저를 대학으로 판단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대학시절은 항상 패배감, 비교, 깎아내리기, 자책... 등으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패배감은 저를 온전한 나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며, 그 안에서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켰다면 무기력함은 저에게서 추진력을 없애버렸습니다. 제가 이때 사람이 침대와 한 몸이 될 수도 있구나! 라고 진지하게 느꼈던 시기기도 합니다.
유튜브, 인스타, 드라마 등등에서 보여줬던 대학생활은 누구보다 혈기 왕성하고 사람도 진짜 진짜 많이 만나고, 막 해외도 가고 어학연수도 가고 다양한 경험도 많이 해보는데.. 고등학교때 이런 사람들을 보며 대학에 대한 환상을 가졌는데... 막상 저의 대학생활은 일단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 조차 힘들었고, 지금 생각하면 이때가 가장 사람을 안만날 때였고, 또 다양한 경험은 커녕 지하철 타고 학교가는 것 조차 힘들었던, 제 환상과는 완전 다른 대학생활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패배감으로 누군가와 만나는 일 자체가 불편한데, 거기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라는 무기력까지 더해지니 무언가를 할 때 큰 에너지가 들고 조금만 제 예상과 달라지면 쉽게 포기했기 때문에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시절 같습니다.
이때 사람도 많이 안만나보고, 경험도 적어서 그랬을까요? 안그래도 좁았던 시야가 훨씬 좁아졌던 것 같습니다. 그때 드라마도 이렇게 쓰면 조기종영 당하겠다.. 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인생이 재미없고 어쩜 이렇게 뭐가 없지!?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저의 4년 대학생활은 패배감과 무기력이 큰 부분을 차지하며 막을 내리게 됩니다. 가장 기대하고 가장 기다렸던 대학생활이었는데, 어느 때보다 가장 텅 빈 공허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관문2. 취업에 실패하다!
대학시절의 패배감과 무기력의 효과는 대학시절에만 한정되지 않는 거 같았습니다. 이젠 대학시절을 넘어 취업에까지 영향을 주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감정도 학습되고 습관이 된다고 느꼈던 게 이 시절 같습니다. 대학시절 입시 실패(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로 인해 패배감과 무기력을 느꼈으면 생각과 태도에 변화를 주려고 했어야 하는데, 대학 4년동안 경험한게 패배감, 무기력, 침대.. 가 전부다 보니 취준때도 똑같은 생각을 하려고 했습니다. 게다가 여기에 보상심리까지 발동돼 대학은 실패했지만 대기업 취업만 한다면 내 인생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회복 가능하고 아무도 나를 무시못할거다! 라는 이상한 생각까지 더해졌습니다. 그렇게 취준 2년동안 대기업만 주구장창 지원했고 주구장창 떨어졌습니다. 대학시절 이렇다 할 특별한 경험이 없는 상태였으니 우수수 떨어진 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다!
저의 대기업에 대한 고집은 상당했습니다. 그러니까 2년동안 대기업만 지원했고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집쎈 저도 2년이란 시간은 꽤 길었다고 느꼈으며, 저도 이젠 현실과 타협할 때가 됐다고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부모님께 눈치가 보였기 때문에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타협해 중소기업에 입사하게 됐으며 입사했을 때의 저의 멘탈은 꾸겨지고 갈기갈기 찢어진 종이와 같았고 진짜 제 인생은 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와! 나 망했다! 가 아니라 진짜 진심으로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나는 어딜 가든 다 나를 무시할거고, 내 인생은 뭘 하든 내리막길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대기업을 통해 인생 한방을 노렸던 저는 인생을 그냥 한 방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이직을 결심하다!
일단 급한 마음에 취업을 했지만,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회사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은 제 업무로 인해 취업 첫 날 부터 이직을 결심하게 됩니다. 또한, 같이 일하는 사람도 저와 정반대의 성향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힘들었습니다. 일단 지금의 회사를 지원한 이유도 '내가 경험이 없으니까 여기서 1년 정도 관련 직무 경험을 쌓고 중고신입으로 이직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지원한 것입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때 부터 계획이 어긋나는 저주라도 걸린건지 입사날 부터 기대했던 데이터 분석 관련 업무는 커녕 데이터 품질을 검증하는 단순 반복 업무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된다면 중고 신입은 커녕 저는 여기서 죽을때까지 데이터 품질 관리 업무만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쌓였으며, 1년 다니겠다는 처음의 생각과는 다르게 첫 날 부터 자소설닷컴, 잡코리아, 사람인을 들락 날락 거리며 자소서를 쓰게 됩니다.
취업하고 그 후... 3년이 지나다!
이직 의지가 불타올랐던 입사 초를 보면 몇 달 안다니고 이직을 했든, 쌩퇴사를 했든 일단 그 회사는 다니지 않을거라고 추측하겠지만 저는 지원했을 때 생각했던 1년보다 훠얼씬 더 오래 회사를 다니게 됩니다. 거진 3년을 다녔던 것입니다!
그동안 저에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일단 업무는 3년 내리 데이터 품질 관리 업무만^^ 하긴했습니다. 이 부분은 여전히 다니면서도 불만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3년 내내 이 업무만 하진 않았고 잠깐씩 데이터 분석 관련 프로젝트를 단기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이 부분이 나중에 제가 이직할 때 큰 도움이 됐습니다.)
두 번째로 회사내에 이렇다 할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가 없으니 팀 동료들과 함께 각종 공모전에 참가했으며, 어떤 공모전에선 1등이라는 등수를 기록하며 상금을 받아보기도 했습니다!(저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하고 정말 정말 놀랐던 때였습니다. 이때 뭐든 내가 하기 나름이란 교훈을 얻었습니다.)
세 번째로 대학생때 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했으며, 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해 의사소통이란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됐고 업무의 기본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친구는 대학까지며, 회사에선 친구를 만들 수 없다는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입사 초반엔 일단 회사 자체도 맘에 안들고 여기서 친구를 사귈 수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등학교, 대학교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보니 회사 사람들과 모임이 많아졌고, 더 나아가 회사 동호회에도 들면서 더 많은 직원 분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됐습니다. 어떤 동료분들과는 직무관련 스터디를 가져 매주 온라인으로 스터디를 하기도 합니다.(요즘 누구보다 많이 보는 거 같은데 잠깐 쉬는시간을 갖는것도 좋을거같습니다^^) 그리고 이 글또를 추천해주신 분 또한 스터디원 분 중 한 분 입니다. 지금은 이직했지만, 여전히 달에 1~2번은 같이 모임을 가지면서 주기적인 만남을 갖고있습니다.
입사 초반 저와 정반대의 성향인 팀 동료 때문에 힘들었다고 위에 썼는데요.
일단 저는 성향이 조용하고, 소심하고, 제 생각이 있긴 하지만 그걸 잘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리더쉽보단 팔로우쉽의 성향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팀 동료분은 매우 외향적이고 적극적이며 자신의 의사표현을 매우 똑바르게 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추진력이 강해 리더쉽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간략하게만 들어도 그냥 정반대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초반엔 너무나도 다른 성향때문에 제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업무에 대한 추진력이 부족한 저를 멱살잡고 가다보니 동료분도 힘들고 저도 힘들었습니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동료분이 한 업무에 대해 결과가 조금씩 나오는 것을 보고 이 부분은 내가 배워야겠다. 나에게 없는 성향, 역량이니 나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3년을 동료분과 같이 일하며, 저도 업무에 있어서 그 동료분께 많은것을 배우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귀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ㅎㅎ)
마지막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제 태도와 마음가짐이 많이 변했습니다.
예전엔 남들이 좋다고 하는 코스로 가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으며, 꼭 인생은 이래야만 해! 라는 저만의 틀을 만들고 그 안에 저를 가뒀습니다. 그랬기에 그 틀을 벗어나면 저를 실패자라고 스스로 낙인찍었고, 스스로를 괴롭혔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3년 다니면서 여러사람과 소통하고 부딪히면서 느낀거 그래야만 하는 인생이란 없고,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 제가 세운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가더라도 또 거기서 다른 길이 생기고 인연이 만들어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깨달음이 있고 나서 항상 그 틀 밖에 나갔을 때 전전긍긍하며 저 자신을 소모하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틀 밖에 나가더라도 '그럴 수 있지', '여기서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거야'라는 저를 이해해주는 마인드로 바뀌게 됐습니다.
지난 대학시절, 취준시절이 패배감과 무기력에 쩔어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만든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저였고 저의 좁은 시야와 편견때문이었습니다.
가장 실망하고 낙심하고 증오했던 저의 회사에서 인생에 대한 소중한 부분을 깨달을 수 있는 귀한 시간, 기회였던 거 같습니다.
드디어 마무리입니닷..!
아니.. 글을 다 쓰고 보니까 뭐 이렇게 할말이 많고.. 또 글이 정리가 안된 느낌이어서 글또에 지원하기 좀 부끄럽네요...ㅎㅎㅎ(글 너무 많이 써서 떨어지는거 아니야..?!?!)
근데 쓰다보니 그동안 제가 제 인생에 대해 가졌던 저만의 철학(이라고쓰니까 너무 거창해 보이네요..ㅎㅎ)이 '삶의 지도'라는 글쓰기를 통해 분출(?)되면서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의 13년동안의 제 일생을 돌아보면서 왜 내가 그런생각을 가졌는지, 또 그 생각이 어떻게 변하면서 지금은 어떤 마음가짐을 갖게 됐는지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지원부터 저에게 큰 가치 있는 경험을 선물해주는데 글또에 만약 합류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 경험, 좋은 사람들을 만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꼭 뽑히고 싶습니다 ㅎㅎㅎ!(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