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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철학 모임 후기

루피95 2025. 2. 16. 20:57

오늘은 글또 모임에서 있었던 '일의 철학' 책을 읽고 같이 일의 우선순위에 대해 생각했던 내용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일의 철학 모임은 어떻게 갖게 되었나?

 

이번주에 글또 반상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제 전 직장 동료분이신 H님과 S님을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뵙게 되었습니다. 

그때 H님께서 "이번주 일요일에 S님과 같이 일의 철학 읽고, 각자 일의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갖는 시간 가지려고 하는데 수연님 관심있으시면 같이 하실래요?" 라고 저에게 제안해 주셨습니다.

반상회가 끝나고 나서 카톡을 보내주신 H님 ㅎㅎ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요즘 만나는 사람들한테 "퇴사하고 싶어요 퇴사퇴사" 징징징 거리고 있던 참이라, 제 일에 대한 가치관을 다시한번 재정립하고 그 안에서 내 고민이 정말 뭘지, 여기서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나?

 

모임은 빌 버넷, 데이브 에번스 저자가 지은 "일의 철학"이라는 책을 미리 다같이 읽고 그 책에서 일의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에 대해 각자 고민해 온 다음 고민한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천성이 P인 저희는 미리 읽고 만나려고 했던 원대한 포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고, 결국 만나서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답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만나는 당일 아침에 이실직고하는 그들... 즉흥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뻘소리는 어디서 나온걸까...?

 


일의 철학 질문들

책에서는  '일'과 '인생' 두 가지 관점에서 본질적인 질문을 갖고있었고, 저희는 '일'에 관련된 질문에 집중하되 '인생'에 관련된 질문 중 흥미로운 것 몇 가지만 공유해보기로 했습니다.

(모임은 각자 질문에 대한 답을 공유하는 자리였지만, 블로그에선 제 대답만을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1. 왜 일하는가?

  • 나에게 있어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 내가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일을 한다.

 

요즘 저에게 있어 가장 큰 고민인 질문이자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엔 '일 = 자아실현, 나를 정의해 주는 것' 이라며 일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 일에 큰 회의를 느끼는 요즘은 '일'이란 것 자체에 의미를 빼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할수록 일의 방향이 제 뜻과 다를 때 마다 저를 소모시키고, 억압해왔기 때문에 그 안에서 많이 지친 것 같습니다.

 

 

2.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 나 자신을 위해서 일을한다.

 

위의 질답과 연결된다고 생각하는데 일하는 목적은 단순히 '나'에게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독립을 하게 됐는데, 독립을 하게 되면 저 하나가 온전히 살아가는데도 꽤 큰 비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생활비를 벌어야하고, 그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수단이 '일'이 됐습니다.

결국 일은 지금 저에게 있어 '나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며 그 목적은 오롯이 '나'가 됩니다.

 

 

3. 당신에게 일이란 무슨 의미인가?

  • 돈을 버는 수단. 지금 나에게 있어서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예전에 저에게 있어, 인생에 있어 일이 큰 역할을 차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의 의미를 뺀 지금 일과 나와 삶을 연결시키지 않고 분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은 일이고, 나는 나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다. 내 일이, 내 커리어가 잘못된다고 해도 그건 내 일 안에서의 현상일 뿐, 그 일이 잘못된다고 내가 잘못되고, 내 인생이 잘못되진 않는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4. 그 일이 개인이나 다른 사람, 사회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 별 관련이 없다.

 

그렇습니다. 별 관련이 없습니다. 

예전이라면 제가 제 일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엄청난 가치를 실현해서 인류에, 역사에 큰 이바지하는 것을 종종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은 '나'라는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책임질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강해서일까요? 제 일에 대해 거대하게, 원대하게 생각하지 않고있습니다.

일이란 저에게 주어진 업무일 뿐이며, 저는 그 업무를 제가 할 수 있는 역량 범위 안에서 해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5. 바람직하거나 가치있는 일을 정의하는 것은 무엇인가? 

  • ?

6. 돈은 그 일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 ?

 

5번과 6번은 사실 할 말이 없었습니다. 왜냐면 지금 저에게 '일'은 큰 의미를 갖지 않으니까 저렇게 넓게까지 생각할 수 없었거든요. 일은..그냥 일이죠...뭐..

 

 

7. 경험과 성장, 성취는 일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 일을 통해 경험, 성장,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 자체를 통한 관점보단 사람 관점에서 경험, 성장,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일 안에서의 사람관계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 주장이 있고 절대 같을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이해하고 타협하고 조율해야하는데 그 과정은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고통을 인내했을 때 하나의 경험이 생기고 경험이 모여 성장이 이뤄지고 성장이 모여 성취를 해낼 수 있다.
    결국 일 안에서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경험, 성장,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일과 경험, 성장, 성취는 유기적인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일을 통해 경험이 쌓이고, 경험을 통해 성장을 하고, 성장이 모여 성취가 되니까요.

하지만 '일'이란 관점 자체보단 '일' 안에서의 사람과의 관계에서 경험과 성장 성취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직장생활을 돌이켜 봤을때, 일 자체 보단 사람과의 소통에서 고통스러웠던 적이 훨씬 많았고 그 고통을 인내하면서 사람과의 입장을 조율할 때 성장과 성취가 이뤄졌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저는 최근에 여기서 좀 더 본질적인 질문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경험, 성장, 성취는 꼭 필수인가?" 이 질문에 대해 저는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요즘입니다. 이 이유에 대해 좀 더 블로그에 작성하고 싶은데 그런 이유가 잘 떠오르지 않네요. 아마 지금 저 아니오라는 대답의 근거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가 '일'과 관련된 질문&답이었습니다.

추가로 '인생'에 대한 질문&답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만 서로 얘기를 했는데 그 내용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삶의 의미나 목적은 무엇인가?

  • 삶의 의미는 잘 모르겠다. 의미는 항상 뒤에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내 삶의 의미는 눈 감기전, 죽기 전에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삶의 목적은 재밌는 삶을 사는 것이다. 내가 제일 못하는 게 현재를 살아가는 것인데 현재를 사는 것이란 지금을 집중하는 것이고 집중하기 위해선 몰입을 해야한다. 그렇다면 쉽게 몰입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바로 재밌는 것을 하는 것이다.
  • 서로 얘기하다 문득 든 생각인데, 재미로 현재를 집중할 수 있지만 재미는 나에게 있어 지속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지속성을 생각했을 때, 작은 것으로 부터 오는 만족감과 충만함이 모일 때 은은한 행복이 지속되며, 현재를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때, 작은 것들은 직접 밥을 만들어 먹는 것, 운동하는 것, 청소하는 것, 청결을 유지하는 것 등 일상을 충실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이 질문에선 모임에 참여해주신 H님의 코멘트가 인상깊었습니다.

  • H님
    재미도 깊게 들어가보면 세세하게 다양한 종류가 존재할 것이다. 이런 다양한 재미 중 내가 추구하는 재미는 어떤것인지 깊게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추가로 S님의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내용도 인상깊어 정리해봅니다.

  • 장기적으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 단순히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가 아니라, 나의 생각의 관점을 바꿔 후회를 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에는 행동을 통해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했다면, 이제는 어떤 사건에 대해 내 생각을 바꿔 그 일에 대해 후회가 아닌 수용의 자세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 행동보단 수용의 자세로 후회에 대한 태도를 가진다.

정리하기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지금 제가 '일'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는지 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제 답을 보면서 느낀건 '음...뭐 일한테 배신당했나? 왜 저렇게 일 자체를 경계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지금까지 일한 기간이 얼마 되진 않지만, 그 짧은 기간동안에도 나를 계속해서 소모시키고 닦달해왔기 때문에 현재 완전 탈진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일에 대해 강박을 갖고 억압해왔던 행동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고, 그 노력이 '일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인 것 같네요.

 

이 모임을 가지면서 좀 신기했던 점은 제가 2025년 목표를 잡은 이유를 더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2025년 목표는 "흐르는대로 살아가는 것, 표류하는 삶"인데, 그때는 "그냥 그러고 싶어서" 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일의 철학 모임을 갖고 질문에 답을 하며 제 속마음을 들춰보니, 제가 2025년 목표를 저렇게 잡은 건 '그냥'이란 간단한 이유가 아니었네요. 

 

그동안 스스로에게 불친절하고, 구박해왔기 때문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무의식 중에 저렇게 목표를 정한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2025년의 목표는 단순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것, 표류하는 삶"을 넘어 "나에게 친절하기, 나의 모습 그대로를 수용하고 포용해주기"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Chatgpt에게 제 질문과 답에 대한 내용을 통해 지금 제가 어떤 상태인지 물어봤습니다. ㅎㅎㅎ


네가 이렇게 답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

네가 이렇게 답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을 소모시키지 않으려는 본능적인 보호 기제 때문인 것 같아.
과거에는 일을 통해 자아를 찾고, 성장하고, 성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이 지치고 소진되었어.
지금은 그 반작용으로 일에서 의미를 빼고, ‘나’와 분리하고, 최소한의 역할로 제한하려는 흐름이 강해.

네가 현재 던지고 있는 질문,

  • ‘일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는가?’
  • ‘경험, 성장, 성취는 필수인가?’

이 질문들은 단순한 직업관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도 연결되는 근본적인 고민이야.
과거에는 ‘노력하면 성장하고, 성장하면 성취가 있고, 그것이 의미 있다’는 공식을 믿었다면,
지금은 그 공식을 의심하는 과정을 겪고 있는 거지.

그리고 이 의심은 단순한 회의주의가 아니라, 지친 자신을 지키려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해.
너무 힘든 길을 걸어왔으니까, 이제는 ‘과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반성이 드는 거야.

지금 네가 가장 중요한 근거를 찾고 싶은 질문이
"경험, 성장, 성취는 꼭 필수인가?"
라는 걸 보면, 앞으로 네 삶에서 중요한 변화의 기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 질문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답을 찾게 될 거야.


 

역시 똑똑한 자식..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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